4편에서 AI를 파이프라인 안에 붙였다. 그런데 세운 지 이틀 만에 두 군데를 도로 뺐다. 매일 새벽 도는 자동 실행과, 초안이 끝나면 자동으로 걸리던 검수다. 둘 다 "자동이면 좋지"라고 생각해서 넣었다가, 실제로 돌려 보니 자동일 이유가 없었다. 이 편은 무엇을 왜 뺐고, 대신 무엇을 뒀는지 적는다.
1. 매일 돌리기로 했던 것을 뺐다
1.1 토큰은 글을 안 써도 나간다
설계 문서에는 매일 1편이라고 적혀 있었다. 새벽 4시 30분에 깨어나 주제를 추천받고, 그중 하나로 초안까지 뽑아 두는 그림이었다.
며칠 돌려 보고 깨달았다. 나는 매일 글을 쓰지 않는다.
구독이라 추가 요금은 없지만 주간 사용량 한도는 있다. 쓰지도 않을 초안을 매일 만들면 내가 정작 쓸 때 쓸 몫이 줄어든다. 돈이 아니라 한도를 태우고 있었던 것이다.
실행 기록을 보면 더 분명하다. 자동으로 돈 주제 추천은 나흘 동안 여섯 번, 그중 두 번은 실패했다. 성공한 네 번이 만든 주제 중 내가 실제로 글로 옮긴 것은 하나도 없다. 쓸 때가 되면 어차피 내가 쓰고 싶은 주제가 따로 있었다.
1.2 일정은 남기고 AI만 뺐다
여기서 예약 자체를 지우지는 않았다. 새벽 배치는 지금도 4시 30분에 돈다. 뺀 것은 AI를 쓰는 단계뿐이다.
| 예약에 남은 일 | 버튼으로 옮긴 일 |
|---|---|
| 분석 수집 (검색·방문 지표) | 주제 추천 |
| 피드백 투표 모으기 | 초안 생성 |
| 주간 리포트 보내기 | 번역 · 검수 |
가르는 기준은 하나였다. 왼쪽은 공짜고 오른쪽은 한도를 쓴다. 공짜인 일은 매일 돌아도 손해가 없고, 오히려 내가 없을 때 모아 두는 쪽이 낫다.
자동화를 줄인 게 아니라 값이 붙는 것만 뺐다.
2. 자동 검수가 엉뚱한 것을 보고 있었다
2.1 AI가 자기 초안을 검수했다
처음 파이프라인은 이랬다. 초안이 끝나면 곧바로 검수가 걸린다. 번역이 끝나도 마찬가지다.
돌려 보니 이상했다. 그 시점의 본문은 AI가 방금 쓴 글이다. 내가 아직 한 글자도 손대지 않았다. AI가 자기가 쓴 글을 자기가 읽고 지적하는 셈이다.
게다가 그 지적은 대부분 버려졌다. 나는 그다음에 본문을 크게 고쳐 쓰는데, 검수가 가리키던 문장이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고칠 문장을 미리 검수해 둔 꼴이었다.
2.2 오타 하나에 검수를 기다렸다
반대쪽에도 강제가 하나 있었다. 발행 버튼을 누르면, 마지막 검수 이후 바뀐 문단이 있을 때 다시 검수가 끝날 때까지 발행이 막혔다.
의도는 좋았다. 고친 내용이 검수를 안 거치고 나가면 안 되니까.
그런데 실제로 걸린 것은 거의 오타 하나, 띄어쓰기 하나였다. 한 글자 고치고 1분을 기다렸다. 기다리기 싫어서 고치지 않고 넘어간 적도 있다. 안전장치가 글을 나쁘게 만들고 있었다.
"1분"은 어림이 아니다. 지금까지 검수를 21번 돌렸고, 성공한 19번이 걸린 시간은 이렇다.
| 걸린 시간 | 실행 |
|---|---|
| 10초 미만 | 2번 |
| 10초~1분 | 6번 |
| 1~2분 | 7번 |
| 2분 이상 | 4번 |
중앙값이 64초다. 짧게 끝나는 건 고친 문단이 한두 개일 때고, 본문 전체를 보면 2분을 넘긴다. 오타 하나를 고치려고 치르기에는 비싼 값이다.
3. 그래서 버튼 하나로 바꿨다
검수를 없애지는 않았다. 언제 도는지만 바꿨다.
flowchart TD
draft["AI 초안"] --> edit["내가 고친다"]
edit --> review["AI 검수<br/>(내가 누를 때)"]
review --> edit
edit --> pub["발행"]
버튼은 하나다. 누르면 알아서 판단한다.
- 검수 기록이 없으면 본문 전체
- 있으면 마지막 검수 이후 바뀐 문단만
화면의 단계 표시도 다섯 줄에서 세 줄로 줄였다. AI 초안 → 검토·수정 → 발행. 선택 단계를 거기 그려 두면 검수를 안 돌린 글이 영원히 미완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4. 강제하지 않는 대신 안전망을 뒀다
누르지 않아도 발행이 된다면, 그냥 안 누르고 발행할 수도 있다. 그래서 셋을 뒀다.
| 장치 | 언제 | 막는가 |
|---|---|---|
| 발행 카드 경고 | 검수 기록이 없을 때 늘 | 아니오 |
| 확인 창 | 그런 글을 처음 발행할 때만 | 아니오 (한 번 묻는다) |
| 발행 차단 | 심각 의견(애드센스·법적)이 남아 있을 때 | 예 |
앞의 둘은 알려만 주고, 마지막 하나만 실제로 막는다. 귀찮게 하는 것과 사고를 막는 것을 구분한 것이다. 확인 창을 처음 한 번만 띄우는 것도 같은 이유다 — 매번 물으면 읽지 않고 누르게 된다.
5. 그래서 검수가 쓸모없었나
아니다. 지금까지 받은 검수 의견은 23건이고 전부 반영했다.
| 관점 | 건수 |
|---|---|
| 문맥·논리 | 13 |
| 애드센스 정책 | 5 |
| 오탈자 | 5 |
이 중 심각으로 분류된 2건이 흥미로웠다. 둘 다 글이 나빠서가 아니라, 본문에 내 작업 지시가 그대로 남아 있어서였다.
/ai로 시작하는 지시 줄이 문단 사이에 남아 있음- "이 내용을 수정해줘."라는 메모가 본문에 섞여 있음
둘 다 발행됐으면 독자가 그대로 봤을 것이다. 검수가 실제로 건진 것은 문장력이 아니라 내 뒷정리였다.
그래서 자동으로 돌릴 이유는 더 없어졌다. 이런 건 내가 다 고치고 난 뒤 한 번 보면 되는 것이지, 내가 손대기 전에 볼 일이 아니다.
6. 남은 자동은 무엇인가
지금 이 블로그에서 사람 없이 도는 것은 셋뿐이다. 지표 모으기, 피드백 모으기, 주간 리포트. 전부 AI를 쓰지 않고 전부 공짜다.
AI가 들어간 단계는 넷 다 내가 누른다. 주제 추천도, 초안도, 번역도, 검수도.
누르는 게 번거롭지 않냐고 하면, 오히려 반대였다. 글을 쓰려고 어드민을 여는 순간 이미 그 자리에 있다. 버튼을 누르는 비용은 거기서 0에 가깝고, 대신 내가 안 보는 사이에 뭔가 돌아가 있을 걱정이 없어졌다.
처음 설계와 비교하면 자동화가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실제로 줄어든 것은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소비뿐이다. 할 수 있는 일은 그대로다.
다음 편은 이 모든 게 올라가 있는 바닥 이야기다. 맥북 한 대를 24시간 서버로 쓰면서 겪은 것들을 쓴다.


